주택 100채의 신규 부채는 누구에게 쌓일까
오마이뉴스에 실린 한 칼럼은 주택 100채의 구매 주체에 따라 부채가 어떻게 배분되는지 보여주는 가상 사례를 제시합니다. 1억 원짜리 주택 100채를 모두 가계가 사는 경우와, 정부가 40채를 영구임대주택으로 사고 가계가 나머지 60채를 사는 경우를 나눠, 신규 부채가 구매 주체별로 어떻게 쌓이는지 계산해 본 것입니다. 이 글은 이 가상 사례 안에서 부채가 어떻게 배분되는지, 그리고 그 결과만으로 무엇을 판단할 수 있고 무엇은 판단할 수 없는지를 따라갑니다. 실제 거래나 통계가 아니라 칼럼이 설정한 조건 안에서의 비교입니다.
칼럼이 제시한 두 가지 구매 시나리오
칼럼의 설정은 간단합니다. 1억 원짜리 주택 100채가 있고, 구매자는 구매대금 전액을 자기 명의로 새로 빌려 집을 산다고 가정합니다. 이 조건에서 100채를 모두 가계가 사면 가계부채는 100억 원이 됩니다. 반면 40채를 정부가 사서 영구임대주택으로 쓰고 나머지 60채를 가계가 사면, 정부부채 40억 원과 가계부채 60억 원으로 나뉩니다. 두 시나리오에서 새로 생기는 부채의 합은 똑같이 100억 원이지만, 그 부채가 누구의 이름으로 잡히는지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부채는 사라지지 않고 차입자 명의를 따라간다
왜 구매 주체가 달라지면 부채의 귀속도 달라질까요. 영국은행 2014년 해설은 은행이 대출에서 지는 신용위험을, 돈을 빌린 차입자가 상환하지 못할 위험으로 설명합니다. 즉 대출 계약에서 상환 책임은 실제로 돈을 빌린 사람(또는 기관)의 이름과 묶여 있다는 것입니다. 칼럼의 가상 사례처럼 각 구매자가 구매대금 전액을 자기 명의로 새로 빌린다고 가정하면, 정부가 매입을 맡은 몫에는 정부 명의의 신규 부채가, 가계가 맡은 몫에는 가계 명의의 신규 부채가 쌓입니다. 그 결과 분할 구매안에서는 가계에 귀속되는 신규 부채가 100억 원에서 60억 원으로 줄고, 대신 정부에 귀속되는 신규 부채 40억 원이 새로 생깁니다. 이때 자산도 같은 크기로 함께 늘어나는데, 정부는 영구임대주택 40채를, 가계는 자가주택 60채를 보유하게 됩니다.
다만 이는 가격이 고정돼 있고 구매자와 실제 차입자가 같으며 구매대금 전액을 새로 빌린다는, 칼럼이 설정한 가상 사례 내부의 해석입니다. 영국은행의 해설은 일반적인 대출의 상환 책임 구조를 설명할 뿐, 한국 정부가 실제로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는지나 공공기관 부채가 통계상 어떻게 분류되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는 아닙니다. 또한 기존에 쌓여 있던 가계부채가 실제로 상환되거나 정부로 넘어갔다는 뜻도 아닙니다.
부채 숫자만으로는 우열을 가릴 수 없다
여기서 ‘정부부채가 40억 원 늘었다’는 결과만 떼어내면, 분할 구매안이 정부에 부담을 떠넘기는 더 나쁜 방식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상 사례는 정부부채 증가 여부만으로 두 구매 방식의 우열을 판단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합니다. 부채가 늘어난 만큼 자산도 늘어났고, 그 자산(영구임대주택과 자가주택)을 누가 보유하며 원리금을 갚을 재원을 어디서 마련하는지가 함께 확인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가상 사례에는 금리, 만기, 운영 비용, 임대수입, 세금 부담 같은 요소가 전혀 들어 있지 않으므로, 취득 시점의 자산과 부채 금액이 같다는 사실만으로 상환 능력까지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결론
같은 집 100채를 사더라도 신규 부채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돈을 빌린 구매 주체의 이름을 따라 쌓이며, 정부가 일부를 사면 그만큼 정부부채가, 가계가 사면 그만큼 가계부채가 늘어날 뿐 전체 신규 차입 규모는 바뀌지 않습니다. 따라서 독자는 부채가 누구에게 쌓였는지와 함께 그 주체가 취득한 자산과 원리금을 갚을 재원이 무엇인지를 같이 확인해야, 어느 구매 방식이 더 유리한지에 대한 성급한 결론을 피할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이 글은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금융상품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