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연 7%로 40년 굴리면 정말 1억5천만원이 될까

같은 7%인데 왜 첫 10년보다 마지막 10년의 증가액이 7배 넘게 클까요. 복리 공식과 실제 시뮬레이션으로 후반 급증의 정체와 장기 투자 판단 기준을 정리했습니다.

1,000만원을 연 7%로 40년 굴리면 1억 4,974만원이 됩니다. 그런데 이 돈이 불어나는 속도를 10년 단위로 잘라보면 이상한 점이 보입니다. 첫 10년 동안 늘어난 돈은 967만원인데, 마지막 10년 동안 늘어난 돈은 7,362만원입니다. 같은 7%인데 왜 뒤로 갈수록 증가액이 7배 넘게 커질까요.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복리가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작동하는 것처럼 오해하거나, 초반의 작은 증가액만 보고 장기 효과를 과소평가하기 쉽습니다.

단리와 복리는 계산 기준이 다르다

단리는 매 기간 원금에만 같은 금액의 이자가 붙습니다. 1,000만원에 연 7% 단리라면 해마다 정확히 70만원씩만 늘어납니다. 반면 복리는 원금과 그동안 쌓인 이자를 합친 잔액 전체에 같은 비율을 적용합니다.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이 제시하는 예시를 보면 이 차이가 분명합니다. 1,000달러를 연 5% 복리로 굴리면 1년 후 1,050달러가 되고, 2년째 이자는 원래 원금 1,000달러가 아니라 이자까지 포함된 1,050달러를 기준으로 계산되어 2년 후 잔액은 1,102.50달러가 됩니다. 이 52.50달러의 이자 중 2.50달러는 ‘이자에 붙은 이자’입니다.

한국은행이 소개하는 예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1억원을 2년간 연 3%로 굴릴 때 단리로는 1억 600만원이지만, 6개월마다 복리로 계산하면 약 1억 614만원입니다. 차이는 14만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기간이 짧고 잔액이 아직 크게 불어나기 전이라 단리와 복리의 격차가 눈에 띄지 않는 겁니다. 복리가 ‘초반엔 별거 없다’는 인상을 주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작동을 안 하는 게 아니라, 아직 붙을 이자 자체가 작은 것뿐입니다.

증가액이 커지는 진짜 이유

복리 공식을 풀어보면 이 구조가 더 선명해집니다. 초기 원금을 P, 기간 수익률을 r이라 하면 n번째 기간 말의 잔액은 P×(1+r)^n입니다. 여기서 k번째 기간에 새로 붙는 이자만 따로 떼어보면 P×r×(1+r)^(k-1)이라는 식이 나옵니다. 단리에서는 P×r로 매번 똑같은 값이지만, 복리에서는 (1+r)의 지수 부분이 기간이 지날수록 커지기 때문에 같은 r이라도 실제로 붙는 금액은 매번 커집니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는 것은 수익률이 아니라 그 수익률이 적용되는 ‘기준금액’입니다. 1,000만원의 7%와 1억원의 7%는 비율은 같아도 절대금액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앞서 본 1,000만원 시뮬레이션을 10년 단위로 다시 보면 이 흐름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 10년 후: 약 1,967만원 (첫 10년 증가액 967만원)
  • 20년 후: 약 3,870만원 (다음 10년 증가액 1,903만원)
  • 30년 후: 약 7,612만원 (다음 10년 증가액 3,743만원)
  • 40년 후: 약 1억 4,974만원 (마지막 10년 증가액 7,362만원)

이 계산은 추가 납입도, 인출도, 세금과 비용도 없다고 가정한 단순화된 예시입니다. 하지만 이 단순한 그림만으로도 ‘복리는 시간이 지나야 발동한다’는 통념이 왜 틀렸는지 알 수 있습니다. 복리는 첫 기간부터 똑같은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초기의 절대 증가액이 작아서 사람의 눈에는 마치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 것처럼 보였을 뿐입니다.

‘복리는 제8의 불가사의’라는 말,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는 없다

복리를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문장이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이 복리를 ‘세계 8대 불가사의’라 불렀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이 발언이 아인슈타인의 실제 저술이나 연설과 연결된다는 검증 가능한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출처가 불분명한 명언에 기대어 복리의 위력을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방금 살펴본 숫자 자체가 훨씬 설득력 있는 근거이기 때문입니다.

복리를 빠르게 가늠하는 실용적인 도구로는 ’72의 법칙’이 있습니다. 72를 예상 연수익률의 숫자로 나누면 원금이 두 배가 되는 대략적인 기간이 나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Investor.gov는 연 9% 수익률이라면 약 8년 만에 원금이 두 배가 된다는 예시를 제시합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근사치이고, 실제 계산을 대신하지는 못합니다.

매달 적립하는 돈은 저마다 다른 시계로 굴러간다

목돈을 한 번에 넣는 경우와 달리, 매달 조금씩 적립하는 방식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더 복잡해집니다. 각 회차의 납입금은 서로 다른 시점부터 복리 계산이 시작됩니다. 첫 달에 넣은 돈은 마지막 달에 넣은 돈보다 훨씬 더 많은 복리 주기를 거치게 됩니다. 그래서 적립식 투자에서 ‘언제부터 넣기 시작했는가’는 ‘얼마를 넣었는가’ 못지않게 결과에 영향을 줍니다. 총 납입액이 같더라도 일찍 시작한 계좌와 늦게 시작한 계좌의 최종 잔액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매끈한 그래프와 실제 계좌는 다르다

지금까지 본 숫자는 수익률이 매 기간 정확히 같다고 가정한 이론적인 그림입니다. 실제 계좌는 이렇게 움직이지 않습니다. 몇 가지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첫째, 비용도 복리로 쌓입니다. SEC의 investor bulletin에 나오는 가상 사례를 보면, 10만 달러를 비용 차감 전 기준 연 4%로 20년 굴렸을 때 연간 비용이 0.25%, 0.50%, 1.00%인 세 경우의 최종 잔액은 각각 약 20만 8천 달러, 19만 8천 달러, 17만 9천 달러였습니다. 연 0.75%포인트 차이가 20년 뒤 3만 달러 가까운 격차로 벌어진 겁니다. 표면 수익률만 보고 비용을 가볍게 여기면 안 되는 이유입니다.

둘째, 손실은 대칭적이지 않습니다. 잔액이 50% 줄어들면 원래 수준으로 되돌아오는 데는 50%가 아니라 100%의 수익이 필요합니다. 복리의 비선형성은 오르는 방향뿐 아니라 내려가는 방향에서도 똑같이 작동합니다.

셋째, 명목 잔액과 실질 구매력은 다릅니다. 계좌에 찍힌 숫자가 늘어나도 그 기간 동안 물가가 많이 올랐다면 실제로 살 수 있는 것은 그만큼 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넷째, 이자나 배당을 인출해서 써버리면 그 금액은 이후 계산의 기반에서 빠집니다. 복리 곡선이 계속 이어지려면 수익이 계속 재투자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가

이 글에서 확인한 건 단 하나입니다. 복리의 후반 급증은 수익률이 시간이 지나며 좋아져서가 아니라, 같은 비율이 매번 더 커진 잔액에 반복해서 적용된 결과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장기 투자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질문은 ‘얼마나 높은 수익률을 노릴 것인가’가 아니라 ‘이 재투자 구조가 얼마나 오래,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예상 수익률 하나만 보지 말고 보수적·중립적·낙관적 시나리오로 나눠보는 것, 표면 수익률이 아니라 비용을 뺀 순수익률로 비교하는 것, 재투자가 중단될 가능성(중도 인출, 손실 구간에서의 이탈)을 함께 계산해보는 것이 실질적인 판단 기준이 됩니다. 복리는 화려한 약속이 아니라 조건이 갖춰졌을 때만 작동하는 계산 구조라는 점을 기억해두면, 다음에 어떤 상품이나 전략이 복리 효과를 내세울 때 무엇을 먼저 물어야 할지가 분명해질 것입니다.

용어 풀이

  • 72의 법칙: 72를 예상 연수익률의 숫자로 나눠 원금이 대략 두 배가 되는 기간을 빠르게 추정하는 근사 계산법입니다. 정확한 계산을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 복리 주기: 이자나 수익이 원금에 합산되어 다음 계산의 기준이 되는 주기입니다. 연 1회일 수도, 6개월이나 매월일 수도 있으며 주기가 짧을수록 같은 명목 이율이라도 최종 잔액은 조금씩 더 커집니다.
  • 실질 구매력: 계좌에 찍힌 명목 금액에서 그 기간의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고 실제로 살 수 있는 가치를 뜻합니다. 명목 잔액이 늘어도 실질 구매력은 그만큼 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본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닌 정보 공유 목적입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